20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아이스쇼 'SK텔레콤 올댓스케이트 2018'에서 김연아가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불허전이었다. 4년 만에 은반 위에 선 '피겨여왕' 김연아(28)가 여전한 존재감을 뽐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김연아는 20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SK텔레콤 올댓스케이트 2018'에서 1부 마지막 순서로 나서 새로운 갈라 프로그램 '하우스 오브 우드코크'를 선보였다.

 4년간 팬들이 기다려온 존재다. 김연아는 2014년 5월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이후 좀처럼 스케이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는 은퇴 무대였던 당시 아이스쇼에서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선보였다.

 이후 아이스쇼에 출연하지 않은 김연아는 2016년 6월 '올댓스케이트 2016'에서 응원자를 자청, 공연 내내 키스앤크라이석을 찾은 관중과 비공개 미팅을 하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당시 김연아는 당시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나서기는 했으나 공연 마지막 날 피날레 무대가 끝난 후 잠시 인사말을 했을 뿐이다.

 김연아가 스케이팅을 펼치는 모습을 대중에 보인 것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거의 유일했다.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선 김연아는 점화 직전 잠시 연기를 선보였다.

 김연아가 4년 만에 은반 위에서 스케이팅을 선보이는 현장, 3일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아이스쇼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

 오프닝 무대가 끝난 뒤 출연진이 한 명 한 명 소개될 때부터 은반 위에 선 김연아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이 느껴졌다.

 출연진 중 가장 마지막으로 김연아가 소개되자 관중석에서는 빙상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다른 출연진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큰 소리였다.

 김연아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이후 4년 만에 구성한 갈라 프로그램 '하우스 오브 우드코크'를 선보였다. 영화 '팬텀스레드'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하우스 오브 우드코크'는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구성됐다.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멀티 아티스트로 불리는 조니 그린우드가 작곡했다. 로맨틱하면서도 슬픔을 담고 있다.

 선수 시절 섬세하고 서정적인 연기가 강점이던 김연아는 오랜만의 아이스쇼 무대에서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골랐다. "오랜만에 하다보니 많이 역동적인 것은 부담이 됐다.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 선곡했다"며 "화려하지 않지만, 내가 표현하기 좋아하는 분위기"라는 말 그대로다.

 김연아는 분홍 꽃무늬와 황금빛 비즈로 장식된 하얀 의상을 입고 은반 위에 올랐다. 마치 1960년대 사교계 여인들의 화려한 드레스와도 같았다. 하늘거리는 옷은 김연아의 유려한 스케이팅과 스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워낙 오랜만에 선 무대인만큼 점프는 하지 않았으나 김연아의 유려한 스케이팅은 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김연아가 스핀을 돌 때 박수가 터져나왔고, 우아한 이너바우어에 객석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간간히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으나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관중은 숨을 죽이고 섬세한 감성을 담아낸 김연아의 손끝과 스케이팅에 집중했다.

 김연아가 스핀을 돈 후 빙판 중앙에서 두 팔을 벌리며 연기를 마무리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링크를 뒤흔들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이라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연기를 끝내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김연아의 얼굴에서는 그러나 힘든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4년 만에 연기를 마무리 한 김연아의 인사에 팬들은 또다시 커다란 함성으로 화답하며 은반 위로 돌아온 여왕을 반겼다.

 김연아는 모든 출연진의 연기가 끝난 후 짙은 녹색의 의상을 차려입고 다시 한 번 빙판에 나타났다. 피날레 순서에 '신만이 알고 있다(God Only Knows)' 음악과 함께 가장 먼저 김연아가 등장하자 관중석의 함성은 다시 한 번 커졌다.

 김연아는 출연진을 이끌듯 빙판 위를 누볐다. 김연아는 짧은 시간임에도 섬세한 감정을 한껏 표현하며 관중들을 홀렸다. 출연진이 원형으로 둘러선 정가운데 김연아가 선 채로 피날레 무대가 끝나자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재차 쏟아졌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7위에 오르며 선전한 최다빈(18·고려대)은 1부에서 영화 '대부' OST에 맞춰 연기를 선보였다.

 검정색 남성 정장에 중절모까지 쓰고 은반 위에 등장해 연기를 펼치던 최다빈은 옷을 벗어던지고 새빨간 반짝이 드레스를 입은 '여인'으로 변신했다. 최다빈은 '여인의 향기'에 맞춰 이준형과 함께 이색 무대도 선보였다.

 최다빈은 2부에서는 물랑루즈 OST '스파클링 다이아몬드(Sparkling Diamonds)'로 또 다른 매력을 과시했다. 검은색에 화려한 은빛 비즈 장식이 된 의상을 입고 나선 최다빈은 섹시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유망주들도 함께했다.

 김예림(15·도장중)은 출연진 중 가장 먼저 출연해 '로미오와 줄리엣' OST에 맞춰 연기했다. 유영(14·과천중)은 신나는 시카고 OST로 통통 튀는 매력을 한껏 발산했고, 라틴풍 팝 '하바나(Havana)'를 선보인 임은수(15·한강중)는 점프를 뛰다 넘어졌음에도 끝까지 열심히 연기를 펼쳐 그간 볼 수 없었던 성숙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현재 한국 피겨의 '맏형' 이준형(22·단국대)와 박소연(20·단국대)도 함께 무대를 빛냈다. 특히 이준형은 2부에서 정열적인 탱고를 펼쳐 숨겨뒀던 남성미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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