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가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한 23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특별위원회 위원과 베리 앵글 지엠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지엠 노사가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극적으로 잠정 합의함에 따라 GM본사와 정부가 한국지엠에 얼마 만큼의 지원을 해줄지 앞으로 한국지엠 정상화 작업에 관십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23일 법정관리 데드라인인 오후 5시를 한 시간여 앞두고 극적 합의했다. 노사는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끝에 오후 4시3분께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한국지엠 정상화의 첫 열쇠였던 임단협이 잠정합의되면서 당장 한국지엠은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GM본사로부터 차입금 형태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지엠은 성과급 지급과 협력사에 대줘야 하는 부품대금 등 이번달에만 9000억여원의 현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GM본사는 지난달 산업은행에 공문을 보내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고, 최신 기술 도입 및 신규 설비 투자에 들어가는 28억달러(약 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구조조정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정부의 지원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한국지엠 지원을 위한 3대 원칙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나온 한국지엠 경영실사 중간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지엠 장기계획에 대한 GM본사의 진정성을 평가해 자금 투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늘 한국지엠 노사가 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 어렵게 합의를 이룬 만큼 앞으로 힘을 합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중간보고서에는 한국지엠의 계속 기업가치가 청산가치 크다는 판단과 함께 오는 2020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보고서는 노사 간 비용 절감에 따른 합의와 함께 GM 본사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최종 보고서는 내달 11일께 나올 전망이다.

관건은 GM본사의 출자전환 관련 차등감자 여부다. GM이 27억 달러에 달하는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면 현재 17.02%인 산은의 지분율은 1%대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비토권 등 GM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없다.

산은은 이를 막기 위해 GM이 최소 20대 1에 달하는 차등감자를 선행해야 현재 지분율에 맞는 신규 자금 5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GM은 산은에 보유한 지분 만큼인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요구한 바 있다. GM은 차등감자 요구는 어렵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소수 주주인 산은이 대주주인 GM을 견제할 유일한 방편인 비토권 부활 여부는 향후 정부와 GM 간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3일 "(경영 실패를 복구하기 위한 자금인) '올드 머니'에 대해서는 산은이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며 "(GM이 출자전환을 하면 산은 지분율이 낮아져) 조정을 해야 하는데 난항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산은은 GM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남을 의지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중간보고서가 만족스러울 경우) 27일까지 구두 약속이든 조건부 협약(MOU)든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오전 한국지엠 지원 방안과 관련 "정부 지원을 계속 기업가치, 청산가치 내용만 갖고 결정하진 않는다"며 "노사 합의 뿐 아니라 GM 측에서 어떤 정상화 방안을 내는지, 대주주의 책임 있고 실효성 있는 방안 등을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리 앵글 사장은 앞서 산업은행에 오는 27일까지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확약서를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GM본사가 요청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통한 지원도 이뤄질 수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13일 인천광역시와 경남에 각각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외투지역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외투지역 지정은 지방자치단체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 심의·승인을 거쳐 최종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외투지역에 위치한 기업은 최초 5년간 법인세 등 100%, 이후 2년간 50% 감면 등 파격적인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려면 제조업의 경우 3000만달러(약 32억원) 이상의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 200만 달러(약 21억원) 이상의 투자 및 시설 신설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한 GM 본사 차원의 신차 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통해 부평과 창원공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차량 2종을 투입하는 데 합의했다. 또 부평공장의 미래 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한 '부평 2공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부평1공장에서는 내년 말부터 트랙스 기반의 신형 SUV 차량이 생산에 돌입하고 창원공장에서는 2022년부터 CUV 차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차 2종이 투입되면 2022년께부터는 한국지엠의 생산량이 50만대 규모로 회복될 수 있다. 최근 계속 하락해온 한국지엠 생산량은 내년 37만대 규모로 떨어질 예정이었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도출된 잠정합의안을 토대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조합원 투표일을 정한 뒤 오는 25~26일께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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