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의 경우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을 정조준해 삼성전자 주식을 팔 방법을 찾으라는 압박이라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현행법상으론 은행과 증권, 저축은행 등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평가할 때 시가로 하지만, 보험만 '취득원가'로 하고 있다.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투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5960억원)로 평가했을 때에는 삼성생명 전체자산의 3%를 넘지 않지만 여당은 이를 '시장가치'로 계산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20일 종가(258만100원)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331조3655억원을 고려하면 27조원이 넘어서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 삼성전자 등을 매입하는 명분은 충분히 있다"며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43.4% 소유하고 있어 이 주식을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든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면 향후 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자회사 가치도 부각돼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도 삼성의 금산분리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알기에 '방안을 강구하라'는 수준의 압박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일자리 창출, 지배구조 개편에 이어 노사문제까지 문재인 정부 정책에 화답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시장 충격이나 이해 당사자간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삼성의 실행이 곧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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