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물벼락'갑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영진 해임, 사명 교체 등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조현민 물벼락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2.68%를 보유,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지주사 한진칼(29.62%)에 이어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또 한진칼의 지분도 11.58% 가지고 있어 조양호 회장(17.70%)에 이어 2대 주주다.

A 청원인은 "대한항공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데 왜 아무 말을 하지 않느냐"며 "국민연금이 제가 낸 돈으로 갑질하는 사람을 보호함에 따라 국민연금과 대한항공을 감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B 청원인은 "일반 개인이 특정 상장사의 2대 주주만 돼도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한 찬반만이 아닌 각종 경영 현안이나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지적, 감시, 항의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민연금은 사실상 그러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민 사태로) 대한항공이 매년 수백억씩 퍼부은 기업 이미지 홍보 비용이 날아갔다"며 "조현민이 좋아하는 '니 월급에서 까라' 프레임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당연히 해당 마케팅 비용을 다 매몰시키고도 남는 조현민의 행동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C 청원인은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주주라면 국민의 한 사람인 저 또한 대한항공의 주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일하는 대한항공의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조 씨일가의 부당한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사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D청원인은 "대한항공에서는 직원들의 인간 존엄성이 짓밟혀 있다"며 "한국(KOREA)과 한국인(KOREAN)이 더럽혀지지 않길 바람에 따라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이용해 대한항공(KOREAN AIR) 사명을 바꿔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E 청원인은 "대한항공 주식을 소유한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편에 서게 될 것이므로 국민연금과 일반 국민 주주가 힘을 합친다면 조양호 회장의 교체가 불가능하지 않다"며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주주총회를 통한 경영진 교체를 권고해 달라"라고 올렸다.

F 청원인은 "운영이 부실하고 도덕성도 최하위인 기업은 경영진을 바꿔서 튼튼하고 건전한 기업으로 만들고 나아가 국민연금 투자 소득으로 많은 국민들이 넉넉하게 연금도 받게 해야 한다"며 "이 기회에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문재인정부가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맥이 닿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고객과 수탁자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규범이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모델이 구체적으로 제시 및 정립되지 않았지만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취지여서 국민연금이 어떻게 대한항공 사태 여론을 반영해 주주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당수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오너리스크에 취약하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권 교체 문제는 지분에 달려 있는데 오너 일가가 50%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영권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 재계 전문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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