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기념사업 체계적으로 해야

정율성을 기리다

광주가 낳은 중국혁명음악의 ‘별’

이름을 대면 지금은 고개를 주억거린다. 적어도 ‘정율성’이란 인물이 누구인지를 대강이라도 꿴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이 아닌 광주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벌써 십 수년째 정율성과 관련된 축제, 음악회, 포럼, 컨포런스, 연극 등 기념사업 및 추모사업 추진은 물론이고 이를 원소스로 한 관광콘텐츠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며 인구에 회자된 덕분이다.

그런 까닭에 문화계 언저리에 있거나 관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정율성 사업과 별 상관없는 일반시민이라 하더라도 정율성이 어떤 인물인지를 어느 정도는 꿰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도대체 그이가 누구이고, 무엇을 했는지를 아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2010년대 들어 정율성에 대한 인지도는 확연하게 올라갔다. 그게 모두 정율성 추모 및 기념사업을 꾸준히 벌여온 행보에 힘입어서다.

올해도 어김없이 광주문화재단은 ‘2017 정율성음악축제’를 통해 정율성 관련 추모사업의 맥을 잇고 있다. 이 사업의 취지는 중국 3대 음악가로 꼽히는 광주 출신의 음악가 정율성의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고 광주-중국 도시간 예술가 및 학자들의 교류를 통해 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위대한 음악가 정율성의 위상을 높이 세우고 더불어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중국도시 방문 정율성 음악축제 ▲ 국내 유망 성악가를 발굴하는 광주 성악콩쿠르 ▲ 찾아가는 정율성 음악회 등 세 가지 트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찾아가는 정율성음악회’는 지난 2016년 시작된 후 올해 두 번째 행해지며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민들에겐 이제 이름만 겨우 알 정도의 정율성의 음악을 광주 도심 곳곳에서 감상하며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중국 대륙의 별로서 역할해온 그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정율성과 관련된 유적인 양림동 일대와 화순 그리고 금남공원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순 능주초, 광주 숭일중, 양림동 우월순 선교사 사택 및 오웬 기념각 등 정율성 유적지를 비롯해 ‘중국문화주간’, ‘프린지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와 축제에 연계해 진행했다. 화순 능주초등학교와 숭일중학교는 정율성이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다. 올해도 지난 5월13일 양림동 오웬기념각을 시작으로 무더운 여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오는 10월28일까지 매주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변함없이 시민들과의 만남을 꾀한다. 장소는 정율성과 관련된 이곳저곳들이 선택되어졌다.

한 여름엔 줄곧 금남공원에서 야외무대를 펼쳤다. 금남공원은 정율성과 딱히 관련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는 금남로와의 연계성으로 택해진 장소인 듯하다. 즉 축제현장에서 시민들과의 만남을 꾀했던 것이다. 레퍼토리는 정율성이 작곡한 음악을 중심으로 하되 대중성있는 클래식을 함께 선보인다. 또 정율성의 노래 따라부르기 코너를 통해 시민이 정율성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율성의 곡으로는 ‘연안송’을 비롯 ‘밀밭의 여인’ ‘흥안령에 눈꽃 날리네’ ‘매화를 읊노라’ ‘풍요의 노래’ ‘연수요’ ‘물길에 내 마음 싣고’ ‘평화의 비둘기’ ‘매령삼장’ ‘뗏목가’ ‘아, 수려한 풍경이여’ ‘초록빛 나라’ ‘우리는 행복해요’ ‘망부운’ 등. 이곡들은 각 음악회별로 나뉘어 선보여지고 있다.

다음은 중국도시 방문 정율성 음악축제이다. 매년 중국의 한 도시를 정해 중국의 3대 근·현대 음악가로 칭송받고 있는 정율성을 통해 한 중 양국간 문화교류 증진에 힘써왔다. 지난해엔 차이나 프렌들리 정책의 일환으로 광주와 교류 20주년을 맞은 중국 광저우시에서 정율성음악회 공연을 개최해 광주의 문화예술을 중국에 알렸다. 올핸 사드 문제 등으로 심각해진 한중간 관계로 인해 방문도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중국 공연 개최 성사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올해로 10회째 열리고 있는 ‘광주성악콩쿠르’는 정율성의 음악과 예술혼을 널리 알리고 성악을 통한 국제문화 교류와 실력있는 성악분야 신인 발굴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대회다. 96년 지역 성악인들이 주최로 열어오던 국제성악콩쿠르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콩쿠르는 광주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횟수가 많아질수록 참가자들의 역량이 탁월하게 높아졌다. 올핸 남성부문 19개 대학 성악도 47명이 출전했으며 여자부 또한 상당한 성악도가 참가했다. 8월26일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에서의 본선을 통해 선정될 최고 입상자에겐 ‘정율성음악축제’ 협연 기회가 주어지고 소정의 상금도 수여된다. 광주 성악콩쿠르 본선은 지정좌석제로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해 신진성악가의 등용 순간을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을 체계적이고 본격화하기 위해 광주시와 동구 남구 화순군 등 유관자치단체가 지난 2016년 한데 모여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율성 브랜드 프로젝트’에의 뜻을 세운 바 있다. 그에 앞서 광주문화재단과 호남대 공자아카데미가 공동주관으로 정율성음악축제 기간 동안 국제학술포럼을 통해 정율성 관련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향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다. 2015년 광주시립극단이 정율성을 조명한 연극무대를 마련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항일운동가에서 13억명의 중국인을 움직인 중국혁명음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음악극 형식으로 제작된 무대는 모두 정율성의 음악들로 채워져 음악극으로 보는 정율성의 위대한 족적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의 정율성은 대단한 존재였음에도 한때 그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십수년에 걸친 조명사업으로 그이가 어떤 인물인지 비로소 알게 되고 존재감이 부각됐음에도 여전히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해있다. 한국전쟁 때 중국 인민군이 부른 군가의 작곡자를 기념하고 추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한때 설득력있게 제기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또 최근엔 사드배치로 한중관계가 경색되고 교류사업까지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율성의 일대기와 그의 음악, 추모사업 등을 통하여 경색된 한중관계의 해법을 모색하며 나아가 광주와 중국을 휘저을 정율성 문화콘텐츠로 지역 관광의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를 삼는 게 급선무다. 글/김영순(광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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