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을 진도개 형질보존을 위해 모든 열정을 다 쏟아

"진도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귀소본능, 용맹성, 대담성, 결벽성, 수렵본능, 경계성, 비유혹성 등의 우수한 품성을 지니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진도군 사이트에 언급된 진도개에 대한 첫 소개 글이다. 진도개는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될 만큼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명견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해외의 다양한 애견들이 유입되면서 진도개가 점차 애견인들 사이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타이쿤 특별취재팀은 명량대첩축제가 한창인 지난달 초 웅장한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군 군내면 월가리 진도개연구소를 찾았다. 입구에는 성일진도개시범사육장(진도군지정 제7호)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수십 마리의 진도개가 당당한 모습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세계적으로 내세울 진도개의 특성은 수렵성과 우수한 지능이며 집을 잘 지켜 주인을 보호하고 충성을 하는 점입니다. 선천적으로 날렵하고 민첩하며 유연성이 있고 총기(聰氣)가 잠재해 있습니다. 눈은 초롱초롱 합니다.”

40여년을 진도개 형질보존을 위해 모든 열정을 다 쏟아 온 온 국립 목포대 전통문화 박성일 교수(70)는 “한 때 진도개 형질보존을 위한 연구가 한창일 때는 100여 마리에 달했다.”며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진도개의 수렵성과 총명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특성입니다. 때문에 외모만으로 판단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박 교수는  눈에 보이는 1% 때문에 보이지 않는 99%를 버리는 누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이는 1%로 진도개를 평가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편향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박 교수는 경험을 능가하는 지식은 없다는 소신으로 집념과 노력 성실함과 경험 등 통계에 의한 분석으로 형질연구에 임했다. 그러다 보니 진도개가 100여 마리 이상 늘어났다는 얘기다.

박 교수가 말하는 진도개는 풍토(기후, 토지상태)환경, 지리에 따라 특수성을 나타내고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 진화해 왔다. 지금도 그 과정이다. 놓아길렀기 때문에 야생적이며 속박을 싫어한다는 것. 때문에 우수한 진도개의 고유 유전자 DNA를 분석하여 표준설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수 진도개 선별은 심사원들의 몫입니다. 만에 하나 심사원들이 진도개 내면적인 면을 배제한 채 외모만을 주관적인 판단으로 DNA 유전자분석을 할 진도개를 뽑는다면 역사적으로 큰 오류를 범하고 말 것입니다.” 박 교수는 심사원들의 자질이 진도개 표준설정에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박 교수는 30여년전 진도개 심사를 하면서 눈 안색, 귀 자세, 모질, 꼬리모양 등 각 부분의 외모만보고 우수 진도개를 선별해 온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반성한다. 우수 진도개를 육안으로 외모만 보고 판단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앞으로 진도현지 외딴섬에 고라니, 토끼, 너구리, 오소리,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방생하여 진도개를 집단사육하면서 수렵성을 검정, 검증된 진도개의 암, 수 교배로 근친을 피한 자견을 생산하는 것이 자그마한 꿈이다. 부견 쪽, 모견 쪽 6~7대정도 형질을 고정한 후에 DNA 유전자형 규명으로 진돗개 형질 표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 생각이기 때문이다.
“진도개는 이기적이지도 않고 자연의 섭리를 절대로 깨지 않는 겸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향유하려는 사람들이 진도개를 자연생태계의 한구성원으로 인정해 주면 인간의 메마른 정서를 순화시켜 주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됩니다.”

박 교수는 일반 국민들의 진도개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도개에게서는 우리 인간과 같은 선과악의 판단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저 주인이니까 충성하는 것이다. 진도개는 사냥개이고 영민성을 타고난 개다. 진도개를 과대평가 하다 보니 바라는 점이 너무 많다. 진도개를 마치 만능의 개로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다.”

박 교수는 요즈음 도시공간에서 번견용이나 관상용으로 사육하고자 하여 진도개 특유의 사냥성과 영민성을 배제한 나머지 모양만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진도개 특유의 특성을 배제해 버린다면 진도개 참모습을 잊어버린 애완견이 돼 버린다는 것.

박 교수가 말하는 진도개의 유래는 이렇다. 진도개는 동남아시아 계통의 중형종(中型種)에 속하는 품종으로 대륙과 격리된 채 순수혈통을 지녀 오늘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고학자들이 개의 유골을 발견해 검증한 결과 ‘석기시대부터 진도에서 키운 토종견’이라는 학설이 설득을 얻고 있다.

일부 사람들의 남송(南宋)의 교역선이 진도 인근에 왔을 때 유입됐다는 설과 고려시대 몽고군이 침략할 때 군견으로 진도에 남게 됐다는 설, 조선 초기 군마목장을 설치할 때 목장 번견으로 유입됐다는 얘기가 있으나 앞서 언급한 진도 토종견의 설이 유력하게 인정되고 있다.

박 교수는 1977년 진도개 연구를 시작했다. 선친의 영향을 받아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박 소장은 진도개 연구의 경험을 인정받아 2009년 국립목포대 전통문화 교수로 임용됐다.
진도개의 순수 혈통을 지키기 위한 박 교수의 집념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우직하고 고집스럽다. 진도개와 함께한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것을 바쳤다. 40여년을 한결같이 우직하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진도개의 형질보존과 표준화에 혼신을 다해 오고 있다.

박 교수 주위에는 잊지 못할 사람들이 있다. 진도개연구소 운영을 위해 매월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는 (주)시라이트의 신동목 회장. 또 진도개 형질연구를 위해 수차례 야생 멧돼지새끼, 오소리, 고라니새끼(진도개검정, 검증용)등을 보내주신 경북 상주 김태호 원장(잉그리쉬무무학원). 80년 초 거금의 사비를 들여 호피색 진도개를 구입해주신 김윤석 소장(목포법무사). 평소 경제적 도움을 주시는 광주 정대덕 교수. 진도 임종삼 교장님. 그리고 무엇보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동고동락해 준 부인(문승월)에게 고마움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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