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현장에서 역량 발휘 눈길

재계 총수일가의 2030 아들딸의 경영 행보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20대 중반부터 경영에 참여하거나 실무수업을 받고 있는데 공식적인 외부 노출을 자제하면서도 경영 현장에서의 역량 발휘가 올들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간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주요그룹 총수들의 자제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실무에 참여하면서 경영보폭을 착실히 넓혀나가고 있다. 그 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3자녀 중 막내딸인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 겸 진에어 부사장은 자기만의 색깔내기가 한창이다. 그는 2007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통합커뮤니케이션실 등을 거친 뒤 현재 그룹의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관광 분야를 맡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상공회의소가 대미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개최하는 행사인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서밋'에 참가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그는 최근 그룹의 호텔사업을 맡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선임된 바 있다.

최근 5개 계열사 대표직에서 물러난 오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그룹을 총괄하며 주력사업인 대한항공의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조 전무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다만 그룹 숙원사업이던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이 무산된 후 지지부진한 복합문화센터 개장 계획은 조 전무가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이자 3세 경영인인 김동관(35) 한화큐셀 전무는 한화의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 도약을 책임지고 있다. 김 회장이 태양광 및 방산, 석유화학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웠다면, 김 전무는 기존사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한화큐셀의 영업 총괄을 맡고 있는 그는 일본 PV 엑스포, 중국 SNEC(국제태양광산업박람회) ▲독일 인터솔라 ▲미국 솔라파워인터내셔널 등 세계 4대 태양광 박람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

동생 김동원(33) 한화생명 상무 역시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형과 함께 참석,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책을 모색했다. 김 상무는 보험업계에서도 유명한 '핀테크 선두주자'로 한화생명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핀테크 분야를 이끌며 전사적 행보를 지휘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28)씨는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 수시채용에 지원, 현재 근무 중이다. 최 씨는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이후 시카고대 뇌과학 연구소와 하버드대 물리화학 연구소 등 관련 분야에서 연구했으며 국내 제약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현재 대리급으로 근무 중이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SK바이오팜에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그룹 설명이다. 최윤정 씨가 SK바이오팜 수시채용에 지원했으며 최근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도 3세 경영참여가 활발하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32)씨는 지난 3월 상무대우(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로 승진했다.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 6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상무대우는 입사 후 사업관리 및 기획 업무를 익힌 뒤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주로 신시장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 업무에서 탁월한 경영역량을 발휘해왔다는 것이 CJ측의 설명이다. 이경후 상무대우의 남편 정종환(37)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 역시 상무대우로 동반 승진했다.

이 회장의 아들이자 이 상무대우의 남동생인 이선호(27)씨는 CJ그룹 전략실 부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CJ에 이어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주주로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선호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7.97%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아들 정영선(32)씨 역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부터 현대그룹 본사로 출근하고 있는데 직책은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중소·벤처기업을 상대로 컨설팅과 투자자문, 자금 지원을 하는 회사로 지난달 현대투자네트워크에서 사명을 변경 출범했다. 정씨는 현대투자파트너스의 비등기 이사직으로 등재됐다.

앞서 장녀 지이(40)씨가 부친 별세 이듬해인 2004년 1월 현대상선 평사원으로 입사, 현재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근무하고 있으며 차녀 영이씨(33)는 현대유엔아이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30대에는 현장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이들이 역량을 축적한 뒤 향후 주요 보직으로 속속 전진 배치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의 경영 능력을 검증 받는 시기가 지나면 기업의 차기 후계구도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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