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사리 굴비를 아시나요?

법 포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던 영광굴비로 유명한 고장이다. 게다가 주변에 백제에 불교를 최초로 전래한 백제불교최초도래지를 비롯, 숲쟁이 꽃동산, 숲쟁이 공원 등 영광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렇게 유서 깊은 영광에서 곡우사리 굴비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4월20일을 굴비의 날로 지정하고, 대한민국 대표 특산품인 법성포굴비의 명맥을 이어가고 특히 법성포의 농수특산품 홍보로 농어민의 소득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부터 18일(굴비주간 4월14일 ~ 20일)까지 5일 동안 법성포에서는 곡우사리 굴비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기자는 올해 곡우사리 굴비축제를 체험하기 위해 영광군 법성포를 찾았다. ‘신령스런 빛’의 고장 영광(靈光), 성스러운 불법(佛法)이 깃든 포구 법성포(法聖浦)다. 법성포로 들어가는 길 로터리에 조기를 형상화한 거대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봄비가 대지를 적시는 가운데 갈매기 떼들이 법성포구를 하얗게 수놓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도로 길가마다 온통 조기를 말리느라 널어놓은 모습 또한 이색적인 풍경이다. 짭조름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영광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냄새다.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는 거리를 오가는 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짭짤한 그 냄새는 길 양옆에 미라의 형상으로 건조되고 있는 굴비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영광은 우리나라에서 번성하는 4대 종교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고승 마라난타가 파키스탄의 간다라를 출발, 둔황~장안~난징~저장을 거쳐 영광으로 들어와 불교를 전파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마라난타가 첫발을 디뎠던 법성포라는 지명을 풀어보면 ‘성인이 불교를 전래한 포구’라는 종교적 의미가 함축돼 있다. 영광에는 이 밖에도 천주교와 개신교 순교지, 자생 종교인 원불교 영산성지까지 빼곡히 들어서 있고 4대 종교의 문화유적지들도 곳곳에 즐비하다.

하지만 영광의 상징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굴비다. 고려 인종 때 반란을 일으켜 법성포로 귀양을 왔던 이자겸은 말린 조기 맛을 보고 혼자 먹기가 아까워 임금에게 이 물고기를 진상했다. 이자겸은 왕에게 보내는 생선에 굴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굽을 굽(屈)’과 ‘아닐 비(非)’자를 써서 귀양은 왔지만 소신은 굽히지 않겠다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곡우(穀雨)는 24절기의 6번째 절기로서 청명과 입하 사이에 있다. 음력으로 3월 중순, 양력으로 4월20일 무렵이다. 곡우의 본래 의미는 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곡우 무렵(음력 3월 중순경)에 드는 사리가 다섯 번 째 사리에 해당된다. 이를 곡우사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때 만든 굴비를 ‘곡우사리 굴비’라고 한다.

네 가지 조목으로 된 굴비 예찬론도 있다. 첫째 조기는 평생 동안 바다 밑에 가라앉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니 예(禮)다. 둘째 소금에 아무리 절여도 빳빳하니 의(義)다. 셋째 조기는 내장까지 먹을 수 있으니 깨끗하다는 뜻에서 염(廉)이다. 넷째 비린내가 덜 나고 맛이 다른 생선에 비해 부끄럽지 않으니 무치(無恥)다. 그럴듯한 풀이다.

조기라는 말뜻은 무엇인가? 조기(朝氣) 또는 조기(助氣)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기운을 돕는 바닷고기라는 뜻이다. 지금이 음력 3월이다. 이때 잡는 조기를 ‘앵월조기’ 4월에 만든 굴비를 ‘오사리 굴비’라 한다. 앵두 櫻(앵) 즉 앵두나무 꽃필 무렵이라는 뜻이니 지금이 한철이다.

‘굴비 이야기’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곡우사리 굴비축제는 이낙연 전라남도지사와 이개호 국회의원, 김준성 영광군수, 강필구 군의회 의장 등 각계의 기관 단체장과 관광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가졌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굴비축제 추진위원회가 4월 20일 굴비 먹는 날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한 동영상이 상영되었고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법성포찬가’라는 귀한 영상이 소개됐다. 또한 ‘이자겸과 굴비이야기’를 주제로 한 총체가무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특히 영광에서는 처음으로 (사)전국차문화협회가 주관한 청소년 차예절 경연대회가 열렸다. 유치, 초, 중, 고등부로 나뉘어 9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이 행사는 우리나라 전통 차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취지로 전통을 지키는 의미에서 굴비축제와의 취지도 부합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목표로 법성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굴비할인판매는 물론 사은품 증정 행사와 굴비경매, 굴비엮기대회 등을 통해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행사장 내에서는 전통 민속연, 치즈 만들기, 달팽이 체험, 털실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논길을 모았다.

축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굴비축제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굴비와 연관된 내용으로 꾸몄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반 관광객과 청소년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지역 내에서도 지난해와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져 굴비축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법성포 내 전체 굴비상인들이 함께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및 더욱 내실 있는 콘텐츠 개발을 통해 점차 하나 된 축제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연규 축제추진위원장은 “굴비축제 행사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개선하여 지역의 대표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매년 4월 20일은 온 국민이 굴비 먹는 날로 인식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굴비축제 추진위원회 나호일 사무국장은 “김영란법 등의 여파로 침체돼 가고 있는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며 “영광굴비특품사업단, 굴비협동조합, 굴비정보화마을 등 굴비 관련 단체들과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통해 굴비축제의 정체성을 지키고, 점차 발전해가는 주민 모두의 축제,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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