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분위기 쇄신 도모…"전문성 갖춘 신임 경영진 발탁"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최고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변화와 혁신을 기반으로 재도약을 모색하겠다는 포석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 및 위원장이 대부분이 교체되고, 주요 관계사에는 사업개발이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이 CEO로 내정되는 등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됐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현재 경영 환경을 전쟁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언급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최 회장이 파격에 가까운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그룹 전반에 분위기 쇄신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단행된 SK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 교체다. 60대 수뇌부가 물러나고 50대가 전면 배치됐다. 대폭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그룹이 직면한 위기상황을 저돌적으로 돌파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을 조대식 SK(주) 사장(56)에게 맡긴 점이 이번 인사를 상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 사장은 1960년생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나이가 같다. 김창근 현 의장(66)보다 10년이나 젊다.

핵심 관계사 사장도 모두 50대가 이끌게 됐다. 박정호(53) SK텔레콤 사장, 장동현(53) SK㈜ 홀딩스·SK㈜ C&C 사장, 정철길(62)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나는 SK이노베이션을 이끌 김준(56) 사장, 유임되는 SK하이닉스 박성욱(58) 사장, 박상규(52) SK네트웍스 사장.

재계에선 이번 인사는 당초 소폭에 그칠 것이란 기존 예상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안정 지향 인사가 점쳐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SK가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를 받은 데 이어 특별검사 조사에도 직면한 상황에서 그룹 전반의 판을 흔들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아래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룹 전반에 '젊은 피'를 수혈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더 미래지향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한 셈이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 6월 말 그룹사 사장단과 가진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최 회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그룹 관계사에 비상경영상황실인 워룸을 설치검토해야 한다고 말할만큼 위기의식을 강조해왔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신성장 동력 확보를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CEO가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하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는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한 마디로 능동적이고 공격적 자세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룹의 신성장 먹거리를 찾아오라는 것.

이를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룹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50대를 축으로 하는 세대 교체 카드를 통해 활력과 혁신,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다.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지난 10월 CEO세미나에서 논의된 사업구조 혁신과 변화∙도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후속조치 성격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을 재편하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를 신임 경영진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등 기업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것은 물론 혁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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