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은 49년만에 롯데제과의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끌 단독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를 굳히는 등 롯데그룹이 25일 주총을 기점으로 새판을 짠다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사임과 황각규 사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롯데제과 측은 "신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돼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신규 선임된 황각규 사장은 롯데제과가 글로벌 식품사로 도약하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이사직 해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 회사이다. 롯데제과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과 함께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롯데제과는 현재 남아있는 롯데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67개 가운데 54개 고리에 포함돼있다. 

또 신 총괄회장은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25일 열릴 호텔롯데 정기 주총 안건에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직 재선임의 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의 호텔롯데 등기이사직 임기는 오는 28일까지다. 재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의결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경영권 분쟁으로 신 총괄회장의 그룹내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다. '포스트 신격호' 자리를 놓고 후계자 무게중심이 한일 롯데그룹에서 신동빈 원톱시대로 굳어진 모양새다.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 후계구도가 신동빈 회장 쪽으로 가닥이 잡았다고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많은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사회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룹내 지지기반을 다기지 위한 포석을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등기이사는 비등기이사와 달리 이사회에 참여할 권한이 주어지며 이사회는 대표이사 선임 등 주요 결정권을 갖는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80개 계열사 중 8개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정보통신, 캐논코리아비스니스솔루션, 부산롯데호텔, 에프알엘코리아 등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과거 개발의 시대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식 리더십이 필요했듯, 글로벌 경영환경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유연한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이해관계자들과 접점이 넓은 롯데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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