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회피 논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도 등기임원에 등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등기이사 상태에서 중요 경영 사안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은 책임경영 회피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해 차명주식 보유로 논란이 일었던 정 부회장의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미등기이사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그룹은 오는 11일 오전 9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 4층 대강당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감사보고, 외부감사인 선임 보고 등이 이뤄진 이후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내이사로는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 조창현 신규사업본부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사외이사로는 국세청 차장 출신인 박윤준 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에도 정 부회장은 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3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정 부회장은 정유경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아티제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들에 대한 월급을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도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게 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것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신세계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사실상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음으로서 법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워진 반면 권한과 위상은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달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기본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 실천하고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책임과 함께 정 부회장의 경영행보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정 부회장은 일산 이마트타운을 성공적으로 론칭한데 이어 시내면세점 사업권도 따냈다. 그가 진두지휘한 노브랜드 PL상품도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영원히 올리지 않을 수는 없게 됐다.

보수 총액 공개 대상을 등기 임원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확대하는 자본시장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법안은 2018년부터 매해 두 차례 보수 상위 임직원 5명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개 대상은 보수 총액이 5억원 이상인 임직원을 대상으로 했다. 정 부회장은 오는 2018년부터 연봉 공개 대상이 된다.

이를 고려할 때 정 부회장이 내년 총회에서는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와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세계 총회에서 다룰 안건 중에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직 선임의 건은 없다"며 "올해도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시장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연봉 공개는 내후년부터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며 "올해 등기이사직에 곧바로 이름을 올리는 것도 그림이 이상할 수 있다. 내년에는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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