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형제의 난’에 가려진 차세대

신동빈 승기 잡은 가운데 외아들 신유열 수면 위로

지난해 12월 22일 국내 최고층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빌딩인 롯데월드타워가 123층 마지막 층 상량식이 진행됐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이를 이어받아 완성한 차남 신동빈 회장은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고 그룹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이날 상량식에는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7월에 시작된 형제의 난이 신동빈 회장 쪽 우세로 마무리 되는 모양새지만 양측의 소송과 고소고발 등이 남아있어 불씨는 여전하다. 이런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외아들이 언론에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글 | 유성호 기자

 

   끝나지 않은 형제의 난

‘경영권 굳히기 VS 탈환’ 소송전 양상

신격호 회장은 성견후견인 지정 문제 남아

단란했던 신격호 회장 가족의 1998년 사진. 왼쪽부터 두 번째 아내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씨, 신 총괄회장,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아들 정훈,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큰며느리 조은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 규미, 신 회장, 둘째 며느리 시게미쓰 마나미, 신 회장 아들 유열, 차녀 승은 씨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 불린다. 신 총괄회장은 1987년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들에게 고궁만 보여줄 것이냐. 세계 최고의 무엇이 있어야 사람들이 즐기러 올 것 아니냐”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롯데월드타워 건립을 추진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2대에 걸친 결과물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지난 2004년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에 오르면서 아버지와 롯데월드타워 건립을 본격적으로 공동 추진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제기됐다. 건설 과정에서는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1880일(5년2개월) 만에 건물 외부 공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올 한해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숙원 사업을 이어받아 완성한 만큼, 상량식은 신 회장에게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고 그룹 내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 8월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찾았다.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리더로서 적임자’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장소도 롯데월드타워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상량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롯데월드타워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며 “한국의 랜드마크로, 서울 시내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원톱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날 상량식에는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참석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신동주 회장은 경영복귀에 필요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외곽을 다지고 있다. 
SDJ코퍼레이션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월 6일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현 경영진에 대해 “종업원들이 불만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등이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을 합치면) 5할이 넘어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다”며 “주주의 지지를 얻어 경영에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이 제과업체 롯데의 일본 증시 상장을 검토하겠다는 것과 관련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회사가 아닌 롯데홀딩스 자체의 상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각을 세웠다. 
이와 관련 정혜원 SDJ 코퍼레이션 상무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는 새해의 상황을 물어보는 내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신동주 회장이 그동안 해 온 이야기와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주 회장이 롯데홀딩스 자체의 상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롯데호텔 상장과 같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 후견인 지정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원 심리일자가 오는 2월3일로 정해졌다. 신 회장이 직접 출석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족 분쟁을 끝내기 위해서 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세워 권리를 대신해 달라는 취지다. 
법원이 의견을 받아들여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면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판단력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신 총괄회장 건강 따라 경영권 영향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신격호 총괄회장 본인과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첫번째 심리가 열리는 이달 3일 법원 출석을 통보했다. 
심리에서 신정숙 씨는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한 이유 등을 진술하고 신 총괄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인 지정에 동의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우 반대 이유와 배경 등을 질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출석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만일 신 총괄회장이 이 자리에 출석할 경우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첫번째 공식 석상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신정숙 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충분치 않은 사람에 대해 법원이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롯데그룹과 SDJ코페레이션의 소송전에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재부각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판단이 법적 영역으로 넘어간만큼 한·일 양국에 걸린 9건의 소송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이상있음’으로 한·일 양국의 법원에서 판단될 경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리더’로서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면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정상적인 판단’을 근거로 위임받아 법원에 제기한 위임장과 경영지시서는 효력을 잃게 된다”며 “각종 소송제기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전체 소송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측 손배소 3月부터 재판 … 日에선 신격호 총괄회장 해임무효소 제기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호텔롯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오는 3월 열린다. 법원에 따르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이정호)는 신동주 회장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오는 3월24일 오전 11시10분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당초 같은 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현정)에 배당됐으나 배석판사 중 한명이 호텔롯데 측 변론을 맡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 재판부 요청에 따라 재배당됐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한 결정은 불법”이라며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회 임원들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이 소송을 제기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긴급 이사회 소집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이사회 결의를 무효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동주 회장은 일본 법원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12월25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진행협의기일이 열렸지만 양측이 팽팽히 맞서며 추후 심리 일정을 잡지 못했고 2월 중 다시 진행협의기일을 열기로 했다. 

 

   차세대 신유열(시게미쓰 사토시)는 누구?

신동빈 회장 대 이을 차세대 리더

그간 베일 싸였다가 최근 언론에 포착

2014년 3월 신유열 씨와 시게미쓰 아야씨가 함께 봄방학을 보냈던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찍은 사진.

경제월간지 ‘이코노미조선’은 지난달 롯데 그룹 차세대 신유열 씨의 근황을 담은 복간호를 발간했다. 
신 씨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리를 거두게 되면 차기 롯데 그룹을 이어받을 차세대 리더로 손꼽힌다. 
복간호에는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일본인 아내 시게미쓰 아야와의 결혼 생활과 미국 유학생활을 처음 공개됐다. 
일본 국적을 가진 신 씨는 성장 과정이나 후계수업, 혼맥 등 일상사가 국내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다. 롯데는 신 회장 자녀들의 신상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에 따르면 신 씨와 아야 씨는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도쿄에서 피로연을 했다. 
신 씨는 자신의 SNS에 “2013년 12월 일본에 일시 귀국, 유이노우(結納)와 입적(혼인신고)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Just married”라고 밝혔다. 
유이노우는 양가 친척들 앞에서 혼인 예물을 교환하고 부부가 될 것을 공표하는 자리다. 일본에선 유이노우를 치르면 사실상 혼인이 성립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로써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 이어 신유열 씨까지 3대째 일본여성을 아내로 맞았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을 마치고 곧바로 하와이로 출국해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 회장은 아들의 결혼식과 관련해 그룹 안에서도 함구령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씨의 모든 것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어서 일부 언론은 신 회장 모교인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학을 졸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사토시 씨는 가쿠슈인(學習院)을 거쳐 게이오(慶應義塾)대학을 졸업했다. 가쿠슈인은 일본 황족과 귀족이 많이 들어가는 학교다. 
졸업 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노무라증권을 다녔다. 
이들이 만난 것도 노무라증권으로 추정된다. 
신 씨는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하다 콜럼비아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신 회장도 콜럼비아대학교에서 MBA를 마치고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했다. 
신씨는 학업과 직장생활은 물론이고 일본인 여성을 신부로 맞았다는 점에서 아버지 신동빈 회장의 뒤를 밟고 있어 유력 후계자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2014년 3월 봄 방학을 맞아 두 사람은 코스타리카 여행을 함께했으며 같은 해 4월 12일 자신의 생일에 컬럼비아대학 친구들과 함께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뉴욕 양키스 홈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월스트리트의 ‘치프리아니 월스트리트’에서 열린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 갈라 파티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사토시 씨가 활발하게 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얻은 정보다. 
한편 ‘이코노미조선’의 커버스토리는 ‘이재용 삼성호’ 특집을 담았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그룹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 부회장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함으로써 이재용號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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