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서 정치인 변모한 안철수 의원,

신당 ‘국민의당’ 창당 政街 백신 될까 바이러스 될까

컴퓨터 바이러스 회사 창업자에서 이제는 정치권의 가볍지 않은 거물로 자리매김한 안철수 의원. 안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비롯된 정가 지각변동의 중심에 서있는 한편 4.13 총선의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 의원이 촉발시킨 정계개편이 정가(政街)에 ‘백신’ 같은 역할을 할지, 아니면 바이러스처럼 악영향을 미칠지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4류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이미 사라진 상황에서 안 의원은 과연 전문 정치인의 구태를 얼마나 답습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글 | 유성호 기자

 

   요동치는 4.13 총선 정국

‘1여다야’로 정치권 빅뱅

새누리당 180석 목표‧야당 이합집산 中

“오늘 우리는 미래를 향한 담대한 변화를 선언합니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발기인 선언문의 첫 문장이다. 국민의당으로 이름 붙여진 신당은 지난달 25일 천정배 의원 주도 국민회의와 전격 통합을 이루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국민의당 창준위와 국민회의 창준위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민의당 측에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한상진·윤여준 공동 창준위원장, 김한길 의원이, 국민회의 측에서는 천정배 창준위원장이 참석했다. 회견은 안 의원과 김 의원, 천 의원이 통합 발표문을 번갈아 읽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양측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양당 지도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 국민의당 윤여준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상임 부위원장.

“박근혜·새누리당 압승저지 위해” 통합 
이들은 “우리는 이번 통합의 결과가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야 하며, 정치인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현 정권의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 헌법적 가치와 민주개혁적 비전을 ‘국민의당’의 정강정책에 명확히 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 당 운영을 위해 선진적 제도를 마련키로 하고,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키로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합리적인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 및 신당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했다. 
천 의원은 향후 맡게 될 직책과 관련 “아직 그 점에 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앞으로 당을 통합해서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분이나 자기 얘기는 서로가 꺼내지 않는 것으로 하자는 것을 제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얘기드렸다”고 부연했다. 
안 의원과 김 의원, 천 의원은 지난달 19일 비공개 회동을 통해 통합에 대한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는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안 의원은 또 향후 야권세력과의 통합 방침과 관련 “합리적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 및 신당 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말씀드렸다. 따라서 신당추진 인사분들과도 앞으로 계속 여러가지 말씀들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중도개혁인사와 통합 계속” 
안 의원은 “정치권만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이 통합으로 인해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드려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추구할 통합에서도 국민들을 위한 통합에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4월 총선에서 ‘반문(반 문재인) 연대’ 형성 가능성에 대해 “반문 연대일 수는 없다”며 “신당 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어떤 절차와 원칙을 통해 통합을 할지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앞두고 고민 중인 정동영 전 의원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특히 안-천에 따라 정 전 의원의 선택도 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전주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여성 경영인들을 상대로 ‘전북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이번 강연은 지난해 4·23 서울 관악을 재보선 패배 이후 고향인 순창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등 칩거에 들어간 후 공식적인 첫 강연이란 점에서 주목됐다. 
정 전 의원이 강연을 통해 전주에서 공식적으로 얼굴을 내민 이날 정 전 의원의 합류가 점쳐지고 있던 국민의당과 국민회의가 전격 통합을 합의했다. 
정 전 의원의 정계복귀의 시기와 출마 지역구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전 의원은 지난주부터 천정배 의원과 박주선 의원 등을 잇따라 접촉하는 등 야권 통합에 대한 의견을 집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순창을 방문할 당시 더민주 합류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결국 정 전 의원은 더민주 합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며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합류를 고심했다는 것이다. 
이날 강연에서 장세환·조배숙 전 국회의원과 이강수 전 고창군수, 김광수 전 전북도의회의장, 출마 예비후보자 등 다수의 정치인, 지지자들이 참석해 정 전 의원의 정계복귀가 임박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이날 정 전 의원의 측근들은 “사실상 전주 덕진 출마를 결정했다”면서 “통합 등에 따른 세부적인 조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등은 천정배 의원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을 것”이라며 “양 당이 통합하자마자 정 전 의원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신당 질문에 대해서도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천 의원에게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면서 여권이 요동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을 추천하고 있는 모습.

박주선 의원 “先호남정치 복원” 
한편 천 의원과 통합논의를 벌이던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안-천 의원의 통합 선언에 대해 “사전 협의 없는 천 의원의 국민의당 전격합류로 호남정치 복원은 어려워졌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지난 23일 저는 천정배 의원과 회동해 먼저 박주선-천정배-정동영 3자 통합 추진을 합의했으나 합의 이틀만인 오늘 천 의원과 국민의당이 통합을 발표했다”며 “신뢰는 최고의 정치자산이다. 상호신뢰가 없으면 리더십은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천 의원에 대한 배신감을 거듭 토로했다. 
그러면서 “먼저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이 기반을 가지고 안철수 신당과 통합할 때 신당 바람이 태풍으로 변해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한층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야권, 어디까지 통합할지가 변수 
선거는 항상 예측 불허다. 이번 20대 총선만큼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쉽사리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변수가 바로 안철수 탈당 사태로 불거진 ‘야권 변수’라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예측불허의 야권 분열 사태는 역설적으로 정권심판론이라는 야권의 전통적 선거 구도를 스스로 깨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야권이 어떤 식의 통합을 이뤄내면서 선거 프레임을 짤지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다른 야당, 더민주-정의당 연대 확인

문재인·심상정 대표 전격 회동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 논의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만나 연대 방침을 확고히 했다고 양당 대변인들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25일 회동을 갖고 4월 총선에 대비한 사실상 연대방침을 확인했다. 문 대표는 현재 대표를 사임한 상태다. 안철수, 정동영 등 야권지도자들과도 만날 것이라고 밝혀 단순한 야권연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과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브리핑을 갖고 이날 오전 11시부터 이루어진 양당 대표간의 회동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이들은 “문 대표는 심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적극 공감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야권혁신과 연대에 대한 그 동안의 논의 내용을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후속논의가 잘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 대표는 선거법·노동5법 등 쟁점법안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문 대표는 파견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 선거법도 소수정당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양당 대표는 범야권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 희망 될 수 있도록 최선” 
한 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야권연대, 후보단일화라는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야권이 큰 비전과 가치, 정책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정권 교체를 위한 프로세스까지 야권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나누자는 차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추후 야권의 신당 세력들과도 이 같은 계획을 논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주요 야권 지도자들에게 이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추후에 갖고 적극 설득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상정 대표가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국민의당의 안철수, 한상진 위원장, 그리고 정동영 전 의원 등 야권의 주요 지도자들을 찾아가 이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조언도 듣고 요청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표는 지난달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와 정의당과는 비공식인 협의를 이어왔지만 결실을 맺지못했다”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심 대표는 지난달 20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요구에 야당으로서 책임 있게 응답하고자 한다”며 “야당들에 민생과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연합을 제안한다”고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의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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