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철 변호사 국민의당 영입취소에 부쳐

수많은 친구 가운데 직장을 같이하는 친구의 부탁은 거절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바빠 죽을 지경이고 집에 가서 잠자기도 바쁜데 예전에 이런 저런 일로 도와준 적이 있는 직장 동료가 몇 번 전화해서 한잔만 하고 가라고 하면 그냥 귀가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렇게 술자리에 불려 가면 자기처럼 불려온 친구들도 있고, 또 다른 의외로 적지 않은 많은 친구의 친구들이 있다. 그 가운데는 ‘업자’도 있다. 
당장 자리를 떨치고 나가면 좋지만 세상일이 그렇지 않다.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적당히 떠날 수 있는 시간을 모색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의 ‘예의’이기도 하다. 
결국 술까지 먹고 급한 ‘일’이나 내일 새벽의 ‘보고’ 등을 핑계 삼아 자리를 떠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아도 1〜2시간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를 떠날 때 술값의 일부라도 내야하지만 여러 명이 불려온 자리여서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만류하는 친구의 손에 부득이 하게 “다음에 사겠다”며 자리를 떠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다음에 친구에게 밥도 사고 술도 사지만 친구의 친구들에게 밥 살 일은 없다. 
개인적으로 만날 필요도, 이유도,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세상사인데, 결국 이러면 잘 알지도 못하는 업자로부터 향응을 받고 스폰서를 받은 게 되는 걸까? 
다시는 안 가고 싶지만 기껏해야 1년에 한 두 번 술이나 함께 하자는 동료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대체 몇 명이나 될까? 

거절이 어려운 사회가 야기시킨 사건 
대검 감찰부장(검사장)을 역임한 한승철 변호사는 2010년 140만원 상당의 식사·향응과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스폰서 검사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었다. 
전 세계인의 초미의 관심을 받은 ‘천안함’ 사건을 덮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갖게 된 이 사건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물론 한 변호사는 그 중심에 처음부터 서 있지 않았다. 그는 1·2·3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사법부는 압수된 건설업자의 수첩에 그 동안 자신이 접대한 검사와 금품 제공 내역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으나 한 검사장에게 돈을 주었다는 기록만 없고, 그 날 외에는 그 건설업자와 다시 만난 적이 없다. 
업무와의 연관성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돈을 수수하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업자와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해 오며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여러 고위직 검사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호남 출신으로서 잠시 부산·경남 지역을 거쳐 간 일부 검사들만 기소한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해서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폰서 검사 특검의 희생양 한승철 
그는 2012년 검찰이 내린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하여 검찰에 복직해 명예를 회복한 후 얼마 안가 퇴임을 했다. 
이후 여러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인생을 낭비한 것’에 대해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사실은 검증도 필요 없이 우리에게 친숙한 몇 개 포털사이트에 이름만 쳐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빠삐용, 만해 한용운 시 한 구절 말하다’는 칼럼이 나간 후 “무죄판결로 누명을 벗게 되어 다행입니다. 혐의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이 무죄판결도 널리 보도해야 하는데 아몰랑 했군요. 뜻하는 바 이루어져 낭비한 인생 보상받았으면 합니다”, “언론도, 수사도 공정하지 않았죠. 마구잡이로 몰아가고. 결국 정치와 선정적 언론의 희생양. 이렇게 당했던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이렇게 뒤늦게라도 진실이 알려지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 “언론 몰이의 희생양이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치와 언론으로 인해 받은 고통 쾌차하시어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몇년전 일이지만 생각나네여.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였네요. 사필귀정.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 좋은 고사성어네요. 항상 파이팅 하시길바랍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얼마전 안철수 의원의 신당인 국민의당이 첫번째 영입인사로 발표한 명단에 한승철 변호사의 이름이 포함되었다. 
한 변호사는 이날 스폰서 검사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의 일은 법적으로는 마무리됐다”며 “(과거보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느냐를 더 봐 달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불과 3시간도 안되어 부적절한 과거행적을 이유로 영입을 취소했다. 

법적으로 ‘무죄’ 마무리에도 공천 취소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뜻이다. 
남들이 ‘전력’이라는 남의 눈의 티끌은 이미 무죄를 받은 것이다. 천안함 사건까지 덮어가면서 영남에서 일한 호남 출신 검사를 향해 던져진 비수로부터 일어난 먼지는 왜 이리 가라앉지 않은 것일까? 
불과 3시간만에 한 변호사의 이전 기사들과 그에 달린 댓글과 전혀 다른 국민정서의 실체는 무엇인가? 
오십이 넘은 그의 얼굴에는 왜 진흙탕 정치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다시금 마녀사냥을 시작하고 그런 기세에 딸려가는 정치와 언론은 정말 국민정서를 대변하는 걸까? 시련이 있기에 삶이 더욱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것은 아닐까? 
과거 선비들은 ‘주역’ 공부를 하며 일진이 사나운 날에는 집에서 신독(愼獨)하기도 했다. 영입과 취소 과정에서 큰 실례를 범한 사람들은 정말 사과의 의미를 알까? 
누구에게 해야 하는 것인 줄은 알까?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알기나 할까? 그들이 진흙탕에 있어서가 아니라, 연꽃을 못 피우는 것에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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